최신 '10문 10답'은 어반 디테일 건축사무소 공동대표를 텐들러 다니엘님과의 인터뷰입니다. 텐들러 다니엘 대표는 독일과 한국에서의 정체성이 어떻게 한옥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한국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며 어떤 도전들을 경험했는지 들려줍니다. 그는 한옥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살아 있는 공간이라고 말하며, 한옥 건축을 꿈꾸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조언도 전합니다. 또한 한국에서 한옥의 건축적·문화적 의미를 보다 진정성 있게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도 추천합니다.
- 한국계 독일인으로 독일에서 자라셨는데 어떻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나요?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경험이나 영향이 있었나요? 그리고 특히 어떻게 한옥에 흥미를 갖게 되셨나요?
제 경우는 제 세대의 많은 혼혈인들처럼 어머니가 한국인이십니다. 1966년에 간호사 아우스빌둥(직업 교육)을 받으시기 위해 독일로 가셨습니다. 몇 년 후부터는 이미 한국에서 교육 과정을 마친 간호사들이 독일로 파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머니는 18살의 어린 나이에 독일로 가셨습니다. 그래서 현지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셨고, 독일어도 금세 익히셨습니다.
어머니 쪽은 8남매의 대가족이었고, 독일인 아버지는 외동이셨습니다. 가족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국인 할머니께서도 제가 어렸을 때 6년 동안 독일에서 함께 지내셨기 때문에 집 안에는 늘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 있었습니다.
카셀의 한글학교에 다녔고, 가족이 살던 카셀과 괴팅엔 사이의 작은 도시 한 뮌덴(Hann. Münden)에도 몇몇 한국인 가족이 있어서 작은 공동체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릴 적부터 한국은 제 정체성의 긍정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영향이 컸고, 가족이 자주 한국을 방문했던 것도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은 언제나 설레는 곳이었고,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한옥에 대한 관심은 성인이 된 이후에 생겼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던 시절, 진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한국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었고, 그때 전통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린 시절 광주에 계신 이모의 한옥에서 보낸 시간이 기억에 남는데, 그 무렵 한옥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소홀히 다뤄지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요.)
- 한옥 건축가로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셨을 때 이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난항이 있었나요? 독일 건축 규정이나 접근 방식에 다른 면이 있어서 일하시면서 새로 배우거나 적응해야 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딱히 없었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공부하긴 했지만, 한국에 방문학생으로 온 적이 있었고, 그다음 바로 인턴십을 했던 서울에 있는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건축사무소는 전통건축 현대화 분야를 선도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직업의 실무적인 부분은 한국에서만 경험했고, 직장 문화, 건축 규정이나 관료 체계, 영업 등 모두 한국에서 배웠습니다. 15년 전부터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독일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된다면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독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 있는지 질문을 받게 된다면, 낯설게 느껴집니다. 한국인 건축사 파트너와 사무실을 공동 운영하고 있고, 집까지 지어서 제 삶이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점과, 또 독일에서는 제 전문 분야인 한옥이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유용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 해외에서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한옥 건축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정규 교육과정이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요. 텐들러님과 같이 한옥에 열정을 가진 젊은 사람들이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해주실 방안이 있을까요?
제가 이 길을 가기로 결심했을 당시에는 실제로 그러한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부터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에서 "전통건축학"이라는 필수과목을 맡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통건축학과가 있는 대학이 더러 몇군데 더 있습니다.
또한, 독일의 문화재 보존(Denkmalpflege)에 해당하는 "문화재보존학"을 전공할 수도 있고, 전통기술을 배우는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도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이 분야에 매우 많은 발전을 이루어져 왔습니다.
- 한국에는 한옥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건축사무소들이 더 있을까요? 현재 해당 업계의 발전 상황과 또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네, 있습니다. 지방에도 이러한 작업을 하는 지역 건축사무소들이 있습니다만, 설계 품질은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지방의 경우에는 보수가 대체로 낮은 편이어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수도권 지역이 더 높은 건축 품질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의적이면서도 전통을 살린 고품질 설계를, 또 높은 설계 노력을 들여 수행하는 사무소는 아마도 열 곳 남짓에 불과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무소들은 저희와 마찬가지로 전통 건축만이 아니라 현대 건축 설계도 함께 제공하는데, 이는 한옥 시장 규모가 작아 전통 건축에만 전적으로 특화할 경우 활동 규모가 크게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전통 건축 업계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체 건설 물량 대비 현재 수준을 적어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체 인구가 향후 감소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건설 산업 전체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서울시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선생님께서는 "한옥은 시대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현대인과 호흡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독일어로 번역이 다소 어색하게 된 것 같은데, 제가 의도했던 바는 한옥이 결코 고정된 형태로 정체되어 있던 것이 아닌, 변화하는 여건에 맞춰 항상 적응하고 발전해 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대한제국 선포 이후, 곧이어 이어진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또 한국전쟁이라는 단절기를 거쳐 1960년대까지의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그 이후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침체기를 겪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한옥의 재발견과 함께 새로운 현대화의 흐름이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한옥은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고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전통적인 장인정신과 기술을 보존하면서 현대의 필요와 조화를 이루기를 희망하며, 이를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건축가로서 앞으로 전통과 현대의 대화를 어떻게 발전시키고자 하시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젊은 건축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지요?
저는 전통 건축이 "특별한 것"으로만 여겨지는 위치에서 벗어나, 건축 전체의 일환으로 보다 자연스럽게 인식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반드시 전통 건축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은 역사적 이유, 특히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인해 일본과 달리 자국의 전통에서 출발해 독자적인 현대적인 건축 언어를 발전시킬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현재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데, 바로 이 점이 건축가인 저에게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는 특히 젊은 한국 건축가들이 전통 건축에 더 많이 관심을 갖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현대적인 건축 언어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현재 전통 한옥 건축을 현대 도시 생활에 통합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개발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가요?
저희의 한옥 프로젝트 대부분은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옥은 도시 주거 형태의 주류였는데, 현대적인 서울을 떠올려 보면 이는 지금으로서는 거의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한옥이 주된 주거 형태가 될 가능성은 없지만, 현재의 형태로서 적어도 일정한 틈새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옥 마을은 4~5층 다세대 주택 단지와 같은 주거 밀도를 달성할 수는 없지만, 베를린의 약 1제곱킬로미터당 4,000명 수준의 인구 밀도에는 충분히 근접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의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오히려 예전의 4~5층 주거 단지들만큼의 주거 밀도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건축 간격 규제와 더 큰 평형대의 확산으로, 세대당 거주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구 밀도 때문에 반드시 고층 주거 형태가 필요하다는 흔한 주장은 사실상 신화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존되거나 새롭게 조성된 한옥 마을을 통해 한옥은 도시 경관의 작지만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한옥은 놀라울 만큼 적응력이 뛰어나, 협소한 입지에서도 마당을 통해 채광과 외부와의 연결을 확보함으로써 그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 사회가 앞으로 맞이할 인구 감소로 인해 밀도 압력이 언젠가는 완화될 것이며, 이를 통해 한옥이 주거 형태로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많은 젊은 세대, 특히 독일에서도 기후와 환경 문제는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 중 하나입니다. 현대 한옥 건축에서도 친환경적인 요소나 지속 가능한 에너지 활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이미 이러한 요소들이 적용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한옥의 기본 구조로 목재를 사용하는 것은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더 친환경적입니다. 특히 목재가 지속 가능한 산림에서 공급된다면, 건축물 안에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저장되며, 새로운 목재가 자라면서 추가로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게 됩니다.
최근 몇 년간 한옥의 에너지 효율성 또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자연스러움"이라는 측면을 어느 정도 희생한 결과로, 현재는 현대식 단열재와 건축 자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난방 시스템은 다른 현대 주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대체로 가스 보일러가 사용되어 온수와 개인용 온수를 공급하며, 바닥 난방을 통해 난방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보다 현대적이고 친환경적인 난방 시스템은 아직 한국에서 널리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도심의 작은 대지 조건에서는 열펌프 설치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 이제 이 업계에서 15년 가까이 경력을 쌓으셨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프로젝트 중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있는 한옥이 있다면 –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네, 저희에게 가장 즐거웠던 한옥 설계 프로젝트는 서울 북쪽 외곽에 있는 은평한옥마을의 '서희재'입니다. 건축주와의 관계가 매우 우호적이었고, 건축주분 덕분에 설계 과정이 매우 생산적이고 즐거웠습니다. 서희재는 2022년 서울시로부터 '올해의 서울한옥'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동일한 건축주를 위한 현대식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25년에는 서희재가 대한민국건축문화대상 한옥 부문 대상에 선정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저희에게 또 하나 아주 중요했던 프로젝트는 서희재 처럼 은평한옥마을에 있는 '정다운집'입니다. 건축주는 옛 전통 고택 토대로 한옥을 짓는 데 큰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이는 비전문가가 흔히 생각하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디자인이 아닌, 그와 정반대의 깔끔하고 소박한 구조 방식을 의미합니다. 또한 소위 '한옥 룩'으로 불리는 현대식 창호를 사용하지 않고, 단열 성능이 개선된 전통 창호를 개발한 전통 창호 소목장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이 한옥은 서희재처럼 2023년 서울시 우수한옥으로
선정되었고, 같은 해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준공 부문 대상도 수상했습니다. 작은 건축사사무소인 저희에게는 큰 성과였습니다.
- 한옥 건축가로서 한옥을 체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옥의 건축과 문화적 의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장소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한옥에 관심이 있는 독일인이 한국에서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미 유명한 한옥 마을 외에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진정한 체험이나 학습 기회를 위한 특별한 팁이 있으신가요?
한옥은 건축 전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을 '한옥 건축가'가 아니라 먼저 '건축가'로서 생각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일정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건축 설계를 하려면 건축가로서의 탄탄한 기본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정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주의자라면 기본적으로 궁궐을 제외한 서울의 한옥들을 모두 배제할지도 모릅니다. 남산한옥마을이 예외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곳 역시 원래 다른 지역에 있던 고택들을 해체하여 재건축한 한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경상북도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을 방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옥을 완전히 전통적인 형태로만 보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건축 형태로 이해한다면, 관광객들로 붐비긴 하더라도 북촌과 서촌 등 서울의 한옥 동네들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곳들에는 근대한옥 또는 도시한옥으로 불리는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은평의 한옥마을은 2000년대 이후에 조성된 매우 젊은 동네로, 2층 구조의 현대적인 한옥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서울에는 일제강점기 말부터 1960년대까지 지어진 한옥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마치 겨울잠에 든 듯한 모습으로 골목길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주목받아 보수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식 건물로 대체되기 위해 철거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